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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부인암 걸렸어도 임신·출산 가능… “용기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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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2-09



“저 암이 완치되고 나면… 아기는 낳을 수 있나요?”


부인암 진단을 받은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발생한 암도 두렵지만 아기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는 게 소원이었는데”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라며 진료실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환자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궁이나 난소에 암이 생기는 부인암을 앓았더라도 일부 제한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초기 부인암인 경우 자궁을 보존함으로써 임신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부인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cm 미만으로 크기가 작고 림프절 전이가 되지 않은 초기 자궁경부암은 수술 시 자궁을 보존한 채 자궁 경부만 절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조산 위험성이 25%로 일반인(약 10%)보다는 높긴 하지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 중 개복이나 복강경하 근치적 자궁경부암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약 25~50% 환자가 임신에 성공했고, 그 중 75%가 출산도 성공했습니다.


자궁내막암인 경우에도 초기 자궁내막암인 경우에는 고용량 호르몬치료를 통해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가 가능하고, 약물치료로 자궁내막암이 소실된 경우에는 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자료들에 따르면 가임력보존 치료 후 임신 성공률은 약 30-80%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후 재발율이 25%까지도 보고돼 출산을 마치면 치료를 완료하기 위해 자궁적출술을 해야 할 지 담당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난소암은 대개 복막에 광범위하게 전이가 되는 진행성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자궁과 난소를 보존하는 수술을 하기 힘든 사례가 많지만, 나이가 젊고, 암을 초기에 발견해 암세포가 한쪽 난소에 국한되어 있고 세포분화도가 좋은 일부 경우에는 암이 침범 되지 않은 한쪽 난소와 자궁을 보존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암인지 모르고 임신했거나, 임신 후 암이 생긴 경우라면 치료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때는 암의 진단과 병기에 따라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암이 진행되면 임신 중이라도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신체 기관이 만들어지는 임신 1분기를 지난 후 시행하는 항암 치료는 기형과 같은 장기적인 태아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긴 합니다. 다만 가장 걱정되는 건 진행성 자궁경부암에서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복부 방사선 치료입니다. 이 경우 태아 사망이나 발달 장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관련 임상과 전문의 간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암을 치료하고 아이를 낳도록 하는 일은 두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인 임신보다는 쉽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와 의료진의 도움, 그리고 아이를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젊은 여성의 부인암 진단이 늘어나는 반면 사회적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환자가 희망한다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저처럼 여성암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글·김미경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